제이슨 그리브스 박사, SCP-3211, 실험 기록…일?

만약 이 기록을 듣고 있고, 만약, 나처럼, 무진장 센 기억제에 절여져 있다면, 당신이나 나나 SCP-3211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다. 왜 그 사실을 그렇게도 열심히 우리에게서 숨기려 드는지는, 우린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. 그렇지만, Y등급 기억제로 엄청 뿅 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, 6분이 되기도 전에 당신은 내가 그냥 격리실에 앉아서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던 거로 기억할 것이다.

그리고 당연하게도,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, 이 기록들이 말하는 것이라곤 격리실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일 것이다.

내가 하려는 건 정확하게 SCP-3211이 무엇이고, 어떻게 작용하며, 왜 그리 열심히 숨기려 드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. 이게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?

내가 뭘 하든 또 누구에게 말하든, 이 실험에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. 하지만 필요한 실험이다. 그래서 Y등급 기억제를 조금 맞고 직접 하려는 것이다. Y등급 기억제의 기억을 유지하는 효과가 멈추고 다시 잊어버리기 전까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으니, 서둘러야겠다.

일종의 패턴이 나타나는 것 같다.

3211의 격리실에 들어오는 대다수는 격리실이 완전히 비어있는 것으로 인지한다. 뭐랄까, 나도 분명히 여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.

격리실에는 아무것도 없다. SCP-3211은 존재하지 않는다.

내겐 마치 재단 인원들은 — 연구원이나 뭐 그런 사람들 — 격리실이 완전히 비어있는 것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. 무(無)에 이미 익숙한 이들, 아무것도 없다 예상하는 이들은, 격리실에 아무것도 없다고 볼 것이다.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으니까.

하지만, 예를 들어 D계급들은, 변칙성이 익숙하지 않으니, 똑같이 격리실이 텅 비어있는 것으로 기억할 것이다.

마치 SCP-3211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. 하지만 SCP-3211이 존재하지 않는다면, 내가 왜 객체가 존재함을 증명하려고 고집을 피우는지 이해되지 않는다. SCP-3211은 존재하지 않는다.

머리가…흐릿하다. SCP 때문인 건지 아니면 기억제 효과가 사라지면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. 사실 Y등급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모른다.

내 생각에는 세…단계로 좁혀들어간 것 같다. 그게 맞는 단어일 것이다.

일단, 첫 번째 단계는 격리실에 들어왔을 때 가장 처음 본 것이다. SCP-3211이 실제로 무엇인지를 봤다는 거다. 객체는 아무것도 아니다. 당연히, 기억제 효과가 끝나면, 난 그 사실을 잊을 것이다. 당신도 그렇고. 아마 당신도 기억제를 사용했을 테지.

두 번째 단계에서는 당신이 SCP-3211을 보고 6분 이상이 흘렀을 때 객체가 자신에게 덮어씌우는 기억이다. 내가 마지막으로 객체를 봤을 때, 내 기억으로는…내 아들을 보았었다. 이제 막 6살이 되었을 내 아들을. 그건 내 경우에서의 두 번째 인식이다.

세 번째 단계에서 당신은 객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. 객체의 위장이 완성되어 당신으로부터 숨은 것이다.

왜 객체가 숨으려고 하는지는 알 것 같다. 이젠…단어를 문장으로 만들어야 할 뿐이다.

생각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. 내 사고가 꼭 케첩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.

맙소사, 두통 때문에 죽을 것 같다.

기억제 탓이 분명하다. Z등급은 그 효과가 영구적이기 때문에 일단 사용하면 말 그대로 당신을 죽인다. Y등급은 당신을 죽이기까지는 하지 않는다…아마도? 난, 어…아마도 그 때문에 몹시 좆된 것이리라.

보통은 기억하지 못할 것들을 보는 건 참 기묘하다. 사방에 벌레가 있다. 모든 표면을 덮고 있다. 격리실은 텅 비어있다. 벌레는 없다.

자야 한다. 그냥 자고 싶다.

일어나있는 것보다는 바닥이 훨씬 편하다.

숨을 쉬기가 힘들어진다. 허파가 좁아져 가고 있는 건지, 아니면 그냥…내가 숨 쉬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. 그래도 객체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는 잊지 않았다.

하지만 왜 SCP-3211이 그렇게 숨는 데에 열심인지 확실해졌다. 바로 저기 있다. 바로 앞에. 아직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.

그냥…이건 그냥 이게 정말…거기에 없다. 객체는 존재하지 않는다.

기억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, 젠장. 그냥 만들 줄만 안다. 기억제가 어떻게…어떻게…

자야 한다.

난 이 방에 홀로 있다. 격리실은 비어있다. 그냥…그냥 내가 다 잊게 해달라고.

이게 없다는 걸 알아…왜 그냥…어째서…왜 걔를 내게 보여준 거야?

왜 다시 데려가야 했던 건데?

더는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.

왜 아직도 날 데리러 오는 사람이 없는 거지?

이 시점에서 그리브스 박사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. 남은 기록은 몇 분 뒤 보안 직원이 폐쇄 회로 카메라를 확인하다가 그리브스 박사를 보고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녹음된 것이 없다.